이 글을 읽으러 들어오신 분은 아마 녹내장 판정을 받고 좌절하고 계신 분일지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녹내장 환자인 제가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관리를 했으며, 사용한 약물, 조심해야할 점, 진행경과, 원인, 증상, 치료법 등을 제가 아는 범위에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과 함께 글을 시작합니다.
아마 녹내장 판정을 받으셨다면, 시력을 잃게되는 병이라는 사실을 찾아보고는 크게 낙담하거나 좌절하실 분이 꽤 많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하지만 급성 녹내장이 아니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녹내장은 관리의 질병입니다. 일반적인 녹내장의 경우 꾸준한 관리만 하고 경과를 늦추면 우리 생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질병이 될 수도 있음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적은 실명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입니다. 하지만 이 공포를 이겨내야 합니다. 녹내장 환자의 8%만이 자신의 녹내장을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92%는 시력을 읽을 수도 있는 녹내장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녹내장의 주요 증상인 시야 결손을 개인이 직접적으로 알아채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녹내장 환자가 말기에 본인의 시야 손실을 인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아마도 우연한 검사로 사전애 녹내장을 발견하셨을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녹내장임을 파악하셨다는 것 만으로도 장기적으로 관리를 통해 실명할 확률이 거의 없는 부류에 들어갈 수 있으니 가급적 힘을 내시라는 말을 건넵니다.
가장 효과적인 공포 극복의 방법은 세월입니다. 긴 기관동안 관리하며 실제 내 진행상황을 인지하고 예상할 수 있을 때 그 공포감이 줄어듭니다. 결국, 녹내장은 인고의 세월을 함께 겪어나가는 관리의 질병입니다.
녹내장은 크게 급성 녹내장과 만성 녹내장으로 구분됩니다. 급성의 경우 말 그대로 개인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한 시력손상과 증상이 동반됩니다. 구역질, 충혈, 두통, 구토 등 증상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저는 급성녹내장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만성 녹내장은 녹내장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 환자가 70~80%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도 정상안압의 만성 녹내장일 확률이 가장 높으며, 이 글도 이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글입니다.
사실 간단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것이 바로 녹내장의 관리입니다. 우선 정상안압 녹내장과 안압이 높은 녹내장 환자 모두 녹내장을 관리하는 방법은 딱 하나, 바로 안압을 낮추는 것입니다.
녹내장의 원인은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방수구간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눈 뒤쪽 망막에 있는 시신경이 눌리면서 손상되고, 이로 인해서 시야기 점점 줄어드는 것입니다. 현재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녹내장 관리법은 그래서 안압을 최대한 낮추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무조건 안압을 낮추는 일에만 전념하시면 됩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라 안압을 낮출 필요 없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녹내장의 경과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정상 안압보다 더 낮은 안압을 유지시켜서 녹내장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 뿐입니다. 따라서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도 안압을 낮추는 약을 사용하게 됩니다.
녹내장은 안타깝게도 불가역적인 증상의 질병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죽은 시신경을 되돌리거나 살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즉, 녹내장은 진행만 될 뿐, 다시 돌릴 수는 없는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한 번 사라진 시신경은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다시 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녹내장은 끝없는 관리만이 계속되는 진정한 관리의 질환입니다. 갑자기 확 나빠지지 않아 중간중간 소홀해지기 쉬우며, 한동안 관리하지 않아도 체감할 만큼의 시야가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태만해지기 쉬우나 녹내장 환자는 지속적으로 시야가 줄어드는 위험에 처한 환자이기 때문에 각성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위 언급한 내용대로 현재 녹내장 '치료제'는 없습니다. 다만 경과를 늦추는 안압 낮추는 안약이 있을 뿐입니다.
녹내장을 관리하러 안과에 다니면 십중팔구 안약을 처방 받습니다. 현재 안압과 녹내장 진행 상황을 토대로 안약을 처방받게 되는데, 녹내장 초기이거나 안압이 잘 떨어지거나 하는 경우 1개의 안약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경과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안압이 높다면 안압을 더 떨어뜨리기 위해서 안약을 2개, 혹은 3개 이상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3개를 사용하다가 1개의 약이 너무 적응하기 어려워(가려움증, 충혈, 따가움 등) 의사선생님과 상의 후 제 눈에 맞는 2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잘라탄, 콤비솝(코솝) 이라는 안압 강하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잘라탄은 하루 1번, 콤비솝은 하루 2번 넣는 약입니다.
(최근에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위 두 약제에서 방부제가 없는 동일한 약으로 변경했습니다. 잘라탄과 동일하지만 방부제가 없는 모노프로스트, 콤비솝과 동일하지만 방부제를 필터로 걸러주는 방식의 안약인 듀얼콥으로 변경)
일반적으로 정상 안압의 범위는 10~21mmHg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범위는 정상이라는 것이지 녹내장 환자가 유지해야 할 안압의 범위는 아닙니다.
이제 매번 안과에 가면 안압을 재고 이를 기록해야 합니다. 저는 10여년 간 거의 좌안 14, 우안 13의 안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끔 안약을 소홀하게 넣고 검사한 경우 좌안 15, 우안 16 등 소폭 오른 적은 있으나 꾸준히 약물을 통해서 13~14mmHg의 안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안압의 현재 상태와 약물에 따라 낮아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과 꼭 상의하셔서 적당한 범위를 파악해보시기 바랍니다.
안압을 관리하러 병원에 다니면 보통 6개월에 1번 정기적인 방문으로 시야의 결손을 체크하게 됩니다. 다양한 안구단층분석검사, CT, 안저검사 등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매번 하는, 가장 중요한 검사는 바로 시야검사입니다.
검사기 가운데의 점을 바라보면서 주변에 빛이 반짝일 때마다 버튼을 눌러서 내 눈의 어느 범위까지 현재 시신경이 살아있는지 수동으로 검사하는 기계입니다.
이 기계가 나의 시야를 확인해주는 거의 유일한 기계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검사법을 꼭 숙지해야 합니다. (가운데를 보지 않고 눈을 돌리면서 불빛을 따라다니면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검사는 꼭 정확하게 숙지하고 검사에 임해야 합니다. 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나의 장기적인 시야손상 현황과 장기적인 예측을 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과 의사도 이 결과를 토대로 수술을 할지, 약을 더 쓸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녹내장 환자가 피해야 할 운동
일상생활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으나 안압을 높이지 않기 위해서 피해야할 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머리가 거꾸로 서는 자세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물구나무 서기가 있습니다. 요가나 필라테스에서도 머리를 아래로 하고 엉덩이를 드는 자세 처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나는 운동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안압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할 때 너무 끝까지 쥐어짜면 안됩니다. 마지막 1~2개를 채우지 말라는 말입니다.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붉어지면서 얼굴과 목에 핏줄이 서는 듯한 운동은 녹내장 환자에게는 피해야 할 운동입니다. 마찬가지로 안압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녹내장 환자는 근육맨이나 근육걸이 될 생각은 접고 적당한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영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경이 눈의 4면을 압박해서 안압을 높인다는 논문 보고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물 속에 들어가면 수경은 수압에 의해서 더 밀착되고 안압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수영은 하지 않습니다. (가끔 호캉스 가서 물안경 없이 머리를 물밖에 내고 개구리 헤엄 정도의 물놀이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안압을 높이는 부는 악기류, 트럼펫, 섹소폰 등 관악기 연주와 목을 조일 수 있는 넥타이 졸라매기 등도 피해야 할 것들입니다.
녹내장 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
가장 유의미하게 피해야 할 음식은 카페인이 든 커피입니다.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연구에서 카페인이 안압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결과 하루 1잔 정도는 괜찮은 수준을 보입니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가 커피를 하루에 여러 잔 마시는 것은 카페인 때문에 안압에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녹내장은 고혈압과도 관계가 있어 혈압을 높이는 짜고 매운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녹내장 관리 10여년이 넘어가면서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공포에 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관리하면서 경과를 알게 되고, 대략의 진행 경과와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공포감을 조금씩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저도 굉장히 두렵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900만명이 녹내장으로 실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빨리 발견하면 90%의 환자는 시력과 시야를 유지한 채 삶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녹내장은 지독히도 평생 안고 가야하는 관리의 질병입니다. 시력 손상은 불가역적인 영역입니다. 따라서 현재를 인정하고 최대한 시력손실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한 발 한 발 일상을 살아가시길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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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관수술을 했고,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충격적인 절망감이 오기도 했고, 그럭저럭 살고 있기도 합니다. 직접 해본 자로서 정관수술의 장단점과 여러분이 마주할 수 있는 부작용을 낱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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